음악 18

바람은 정지해 있으면...

바람은 정지해 있으면 이미 바람이 아니다. 그대는 바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진실로 바람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도시를 떠나 방황해 보라. 어디를 가도 바람은 그대 곁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봄날 독약 같은 사랑에 신열을 앓다가 산에 오르면 소리 없이 흩날리는 산벗꽃. 잠시 그대 곁에 머무르다 등성이를 넘어가는 바람의 모습이 보인다. 여름날 사무치는 이름을 지우기 위해 바다로 가면 몸살을 앓으며 일어서는 물보라. 한사코 그대를 뿌리치며 수평선으로 내달아가는 바람의 모습이 보인다. 가을날 방황에 지친 그림자를 끌고 들판에 이르면 스산하게 흔들리는 억새풀. 참담한 그대 가슴을 난도질하고 떠나가는 바람의 모습이 보인다. 겨울 밤 불면으로 뒤척이다 가까스로 잠이 들면 꿈결에도 몰아치는 북풍한설. 아..

음악 2024.12.25

겨울을 위한 기도

겨울을 위한 기도 - 이효녕   차가운 바람결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의 가난한 작은 마음을 위해   하얀 눈으로 물들여 곱게 빈 여백 채워주소서      마지막 남아 흔들리는 갈대밭 새들의 빈 둥지마다 가득 채워진 마음    얼지 않는 따스한 집 한 채  흩어진 내 가슴에 지어 모두 넉넉한 마음 안아 가난한 모두가 그 안에 편안하게 들게 하소서    날은 추워도 어둠 속에서  별들이 깜박이며 빛을 냅니다.  별들이 있어 춥지 않은 하늘 먼 뭇별 하나 따서  모두의 가슴에 담아두고 등불이게 하소서  빈자리는 그리움 채워주어 사랑할 수 있는 따스한 겨울이게 하소서 가난한 내 삶의 한 고비  지금은 모두 쫓겨 나 오늘은 비롯 텅 빈 가슴이지만     마음마다 하얀 눈을 내려주어  눈빛 보다 맑은 마음 지녀 ..

음악 2024.12.21

겨울 나그네

겨울 나그네         / 오규원  지난 겨울도 나의 발은  발가락 사이 그 차가운 겨울을   딛고 있었다.  아무데서나  심장을 놓고  기우뚱, 기우뚱 소멸을  딛고 있었다.    그 곁에서   계절은 귀로를 덮고 있었다.  모음을 분분히 싸고도는  인식의 나무들이  그냥  서서 하루를 이고 있었다    지난 겨울도 이번 겨울과   동일했다.  겨울을 밟고 선 애 곁에서  동일했다.    마음할 수 없는 사랑이여, 사랑......  내외들의 사랑을 울고 있는 비둘기  따스한 날을 쪼고 있는 곁에서  동일했다.  모든 나는 왜 이유를 모를까.  어디서나 기우뚱, 기우뚱하며  나는 획득을 딛고  발은 소멸을 딛고 있었다.    끝없는 축복.  떨어진 것은 根대로 다 떨어지고  그 밑에서 무게를 받는 日..

음악 2013.02.09

불꽃속으로...

----------------------------    단풍드는날 / 도종환     ----------------------------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음악 2010.10.26

꽃다지

">    꽃다지  -     詩 . 도종환바람 한 줄기에도 살이 떨리는 이 하늘 아래 오직 나 혼자뿐이라고 내가 이 세상에 나왔을 때 나는 생각했습니다 처음 돋는 풀 한 포기보다 소중히 여겨지지 않고 민들레만큼도 화려하지 못하여 나는 흙바람 속에 조용히 내 몸을 접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안 뒤부터는 지나가는 당신의 그림자에 몸을 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고 건넛산 언덕에 살구꽃들이 당신을 향해 피는 것까지도 즐거워했습니다 내 마음은 이제 열을 지어 보아주지 않는 당신 가까이 왔습니다 당신이 결코 마르지 않는 샘물로 흘러오리라 믿으며 다만 내가 당신의 무엇이 될까만을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당신에게 이름이 없는 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너무도 가까이 계심을 고마워하는 당신으로 인해 피어 ..

음악 2010.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