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겨울 나그네

봄날장미 2013. 2. 9. 14:49

 

 

 

        겨울 나그네         / 오규원


  지난 겨울도 나의 발은
  발가락 사이 그 차가운 겨울을
  딛고 있었다.
  아무데서나
  심장을 놓고
  기우뚱, 기우뚱 소멸을
  딛고 있었다.
 
  그 곁에서
  계절은 귀로를 덮고 있었다.
  모음을 분분히 싸고도는
  인식의 나무들이
  그냥
  서서 하루를 이고 있었다
 
  지난 겨울도 이번 겨울과
  동일했다.
  겨울을 밟고 선 애 곁에서
  동일했다.
 
  마음할 수 없는 사랑이여, 사랑......
  내외들의 사랑을 울고 있는 비둘기
  따스한 날을 쪼고 있는 곁에서
  동일했다.
  모든 나는 왜 이유를 모를까.
  어디서나 기우뚱, 기우뚱하며
  나는 획득을 딛고
  발은 소멸을 딛고 있었다.
 
  끝없는 축복.
  떨어진 것은 根대로 다 떨어지고
  그 밑에서 무게를 받는 日月이여
  모두 떨어져 덤숙히 쌓인 위에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발자국이 하나씩 남는다.
 
  손은 필요를 저으며 떨어져나가고.
  손은 필요를 저으며 떨어져나가고.
 
  서서 작별을 지지하는 발
  발가락 사이 이 차가운 겨울을
  부수며
  무엇인가 아낌없이 주어버리며
  오늘도 딛고 있다.
 
  바람을 흔들며 선 고목 밑
  죽은 언어들이 히죽히죽 하얗게 웃고있는
  겨울을.
  첨탑에서 안식일을 우는 종이
  얼어서 얼어서 들려오는
  겨울을.
 
  이번 겨울에도 나의 발은
  기우뚱, 기우뚱 소멸을 딛고
  日月이 부서지는 소리
  그 밑 누군가가 무게를 받들고......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월의 마지막 아침풍경  (0) 2012.10.31
gaze away  (0) 2012.08.06
불꽃속으로...  (0) 2010.10.26
[스크랩] Wolf Hoffmann - Classical (1997)  (0) 2010.10.25
꽃다지  (0) 2010.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