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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4 라이딩

자전거를 하나 장만한 뒤로는 라이딩하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주로 혼자 평일에 자전거를 타는 나로써는 비싼 것을 끌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워 매우 오래됐지만 하드테일 최상위급 기종을 10%이하 가격으로 당근에서 구했는데 이것이 볼수록 물건이다 요즘 나오는 왠만한 입문용 최상위 자전거보다 스펙이나 무게에 있어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나 전주인이 자전거 전문가라 그런지 부품 하나하나에 쏟은 애정이 뜯어 볼수록 진하게 전해온다 이제는 MTB 임에도 불구하고 한손으로 쉽게 들고 다닐 정도로 가벼워 달리다 추월 당하는 일도 없어졌다 이걸 타고서 여의도까지가 여의도를 한바퀴 돌고난 후 돌아 올 때는 비도 엄청 맞았는데 제동도 잘되고 어찌나 잘 달리 던지...다녀와서도 피곤한 줄도 모르겠고... 부담없이 함께 동반할 수 있는..

카테고리 없음 2021.05.04

이 봄이 그냥 지나고 있어요

올 봄에도 당신 마음 여기 와 있어요 여기 이렇게 내 다니는 길가에 꽃들 피어나니 내 마음도 지금쯤 당신 발길 닿고 눈길 가는 데 꽃 피어날 거예요 생각해보면 마음이 서로 곁에 가 있으니 서로 외롭지 않을 것 같아도 우린 서로 꽃 보면 쓸쓸하고 달 보면 외롭고 저 산 저 새 외롭고 밤새워 뒤척여져요 마음이 가게 되면 몸이 가게 되고 마음이 안 가더래도 몸이 가게 되면 마음도 따라가는데 마음만 서로에게 가서 꽃 피어나 그대인 듯 꽃 본다지만 나오는 한숨은 어쩔 수 없어요 당신도 꽃산 하나 갖고 있고 나도 꽃산 하나 갖고 있지만 그 꽃산 철조망을 두른 채 꽃 피었다가 꽃잎만 떨어져 짓밟히며 이 봄이 그냥 지나고 있어요. -봄이 그냥 지나요 - 김용택 -

카테고리 없음 2021.04.29

민들레

민들레 뿌리 - 도종환 날이 가물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때가 되면 햇살 가득 넘치고 빗물 넉넉해 꽃 피고 열매 맺는 일 순탄하기만 한 삶도 많지만 사는 일 누구에게나 그리 만만치 않아 어느해엔 늦도록 추위가 물러가지 않거나 가뭄이 깊어 튼실한 꽃은 커녕 몸을 지키기 어려운 때도 있다 눈치빠른 이들은 들판을 떠나고 남아 있는 것들도 삶의 반경 절반으로 줄이며 떨어져나가는 제 살과 이파리들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아야 할 때도 있다 겉보기엔 많이 빈약해지고 초췌하여 지쳐 있는 듯하지만 그럴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남들은 제 꽃이 어떤 모양 어떤 빛깔로 비칠까 걱정할 때 겉뿌리 다 데리고 원뿌리를 곧게 곧게 아래로 내린다 꽃 피기 어려운 때일수록 두 배 세 배 깊어져간다 더욱 말없이 더욱 진지..

카테고리 없음 2021.04.26

신록을 보며

신록을 보며 /정공량 눈뜨는 신록의 푸른 물결 속에 감춰진 신비를 나는 읽고 있네 그대 그리움이 저 잎, 잎에 살아나 한꺼번에 파도치는 소리를 나는 지금 여기서 듣고 있네 언제나 눈 귀 다 열어놓고 보더라도 지칠 줄 모르고 듣더라도 그 소리 소리 지울 수 없는 시간은 뜨겁게 내 마음에 타고 있네 생의 기쁨과 슬픔 사이 그 울울창창한 맥박, 거둘 수 없는 간격에서 시간은 다시 고여 뜨겁게 불타고 있네 모든 잎, 잎의 생애가 다 기울어 한꺼번에 와와 소리치면 저 초록의 물결은 벌써 내 마음 밀리고 밀려들어와 소리치는 메아리 곱게 울려 퍼져 오랜 동안 깊은 울림은 계속하여 꽃이 피네

카테고리 없음 2021.04.20

산벚꽃

산벚꽃나무하고 여자 그림자하고 최정례 그는 산벚꽃나무와 여자 그림자 하나 데리고 살지요 그는 돈도 없고 처자도 없고 집도 없고 그는 늙었지요 바위 구멍 굴딱지 같은 곳에서 기어나와 한참을 앉아 있지요 서성거리지요 산벚꽃나무 기운없이 늘어진 걸 보니 봄이 왔지요 냄비를 부시다 말고 앓아 누운 여자 그림자를 안아다 양지 쪽에 눕히고 햇빛을 깔고 햇빛을 덮어주고 종잇장같이 얇은 그녀도 하얗게 늙어가지요 산벚꽃나무 장님처녀 눈곱 달듯 한두 송이 꽃 매달지요 그녀의 이마가 그녀의 볼이 따뜻하지요 아니 차디차지요 이 봄은 믿을 수가 없지요 그녀를 눕혔던 자리 아지랭이 피어오르고 그녀가 천천히 날아가지요 산벚꽃나무 너무 늙어 겨우 꽃잎 두 장 매달았다 떨구지요 또 봄은 가지요 그녀는 세상에 없는 여자고 그래도 그는 ..

카테고리 없음 2021.04.17

입 안에 가득 고인 피

꽃 /안 도현 바깥으로 뱉어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것이 몸 속에 있기 때문에 꽃은, 핀다 솔직히 꽃나무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게 괴로운 것이다 내가 너를 그리워하는 것, 이것은 터뜨리지 않으면 곪아 썩는 못난 상처를 바로 너에게 보내는 일이다 꽃이 허공으로 꽃대를 밀어올리듯이 그렇다 꽃대는 꽃을 피우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자기 몸을 세차게 흔든다 사랑이여, 나는 왜 이렇게 아프지도 않는 것이냐 몸 속의 아픔이 다 말라버리고 나면 내 그리움도 향기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살아남으려고 밤새 발버둥을 치다가 입 안에 가득 고인 피, 뱉을 수도 없고 뱉지 않을 수도 없을 때 꽃은, 핀다

카테고리 없음 2021.04.17

신록

신록 /이지영 삶의 턱마다 고단한 방황의 병을 앓다가 회복을 꿈꿀 때 찾는 새벽 산길, 비온 뒤 숲 속은 짙푸른 녹즙 향기를 토해놓고 안개를 풀어 꿈을 준다 촉촉한 풀밭을 밟으면 세상은 녹색의 장원, 아직도 색 바랜 아카시아 꽃잎은 가시에 걸려 있고 새들은 숲과 풀밭 사이로 숨바꼭질한다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씻고 신선한 새벽 공기로 눈을 씻는다 시달린 영혼의 순수 회복을 꿈꾼다.

카테고리 없음 2021.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