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기

석양에 물들어가는 계양산 28mm (20091213)

봄날장미 2009. 12. 14. 00:32

 

 

하얀눈이 그리워 삼각산으로 냅다 달려가려 했는데 그늠에 게으름 때문에 오늘도 늦은 오후에 계양산을 찾았다

한파가 온다고 했으나 생각보다 춥진 않고 또한 일요일이고 해서인지 사람들이 꼬ㅐ 많다

정상에 오른 후 반대편 헬기장에 다달으니 해는 지진 않았지만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철탑으로 내려가는 길이 석양에 곱게 물들고 있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 조병화

낙엽에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
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밤은 나의 소리에 차고
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을 샌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3부능선을 휘~돌아 다시 정상에 올라서니 서쪽 하늘엔 석양의 말미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포도밭 묘지 2
                                                 -기형도- 

 

아아, 그때의 빛이여. 빛 주위로 뭉치는 어둠이여.
서편 하늘 가득 실신한 청동의 구름떼여. 목책안으로 툭툭 떨어져내리던 무엄한 새들이여.
쓴 물 밖으로 소스라치며 튀어나오던 미친 꽃들이여.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질투심에 휩싸여 너희들을 기다리리. 내 속의 모든 움직임이 그치고
탐욕을 향한 덩굴손에서 방황의 물기가 빠질 때까지.

 

밤은 그렇게 왔다.
포도 압착실 앞 커다란 등받이 의자에 붙어 한 잎 식물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둠은 화염처럼 고요해지고 언제나 내 눈물을 불러내는 저 깊은 空中들.

 

기억하느냐,
그해 가을 그 낯선 저녁 옻나무 그림자 속을 홀연히 스쳐가던 천사의 검은 옷자락과
아아, 더욱 높이 흔들리던 그 머나먼 주인의 임종.從者여,
네가 격정을 사로잡지 못하여 죽음을 환난과 비교한다면 침묵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네가 울리는 낮은 종소리는 어찌 저 놀라운 노을을 설명할 수 있겠느냐.
저 공중의 욕망은 어둠을 지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종교는 아직도 지상에서 헤맨다.


묻지 말라,
이곳에서 너희가 완전히 불행해질 수 없는 이유는 神이 우리에게 괴로워할
권리를 스스로 사들이는 법을 아름다움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
 
밤은 그렇게 왔다.
비로소 너희가 전생애의 쾌락을 슬픔에 걸 듯이 믿음은 不在 속에서 싹트고 다시
그 믿음은 부재의 씨방 속으로 돌아가 영원히 쉴 것이니, 골짜기는 정적에 싸이고
우리가 그 정적을 사모하듯이 어찌 비밀을 숭배하는 무리가 많지 않으랴.
밤은 그렇게 노여움을 가장한 모습으로 찾아와 어두운 실내의 램프불을 돋우고
우리의 후회들로 빚어진 주인의 말씀은 정신의 헛된 식욕처럼 아름답다. 듣느냐,
이 세상 끝간 곳엔 한 자락 바람도 일지 않았더라.
어떠한 슬픔도 그 끝에 이르면 짓궂은 변증의 쾌락으로 치우침을 네가 아느냐.
밤들어 새앙쥐를 물어뜯는 더러운 달빛 따라가며 휘파람 부는
작은 풀벌레들의 그 고요한 입술을 보았느냐.
햇빛은 또 다른 고통을 위하여 빛나는 나무의 알을 잉태하느니 從者여,
그 놀라운 보편을 진실로 네가 믿느냐.

 

 

 

 

 

사랑이란 함께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다

 

                                                   - 이한열

사랑이란 가끔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하루를 숙연케 하는
저녁놀을 바라보는 일이다
지평선에 물든
그 사람의 노을을 헤아려보는 일이다
노을이 진 후
일몰의 엄숙함처럼
그 사람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스며드는 일이다
사랑이란 가끔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과
짧은 여행이라도 떠나면서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다
차창에 어리는
그 사람의 풍경을 떠올려 보는 일이다
무심코 지나친
일상 속의 풍경처럼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배경이었는지 돌아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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