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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이브날의 코스모스

코스모스 최종천 고독을 푸른 하늘로 이고 투명한 계절의 입김에 약속도 없이 罰처럼 피어야 하는 흔들리는 神話 코스모스 이형기 자꾸만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 피는 코스모스였다. 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치는 물결 같은 그리움이었다. 송두리채 - 희망도 절망도 불 타지 못하는 육신 머리를 박고 쓰러진 코스모스는 귀뚜라미 우는 섬돌가에 몸부림쳐 새겨진 어룽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흐느끼지 않는 설움 호올로 달래며 목이 가늘도록 참아 내련다. 까마득한 하늘가에 나의 가슴이 파랗게 부서지는 날 코스모스는 지리라.

카테고리 없음 2022.11.07

낚시

수초 하종오 님이 그리워도 님께 갈 수 없는 날은 물가에 나가 대낚을 던져놓고, 수면에 어려있는 하늘을 내려다봅니다. 산 타고 내려오는 물은 산그림자 끌고 와서 고이니, 보이지 않는 깊이에서 붕어는 수초에다 산란을 하고 수초는 따뜻하여 파르르 잎 떱니다. 물살에 밀려서 하늘은 떠올라가고, 저는 물 밑바닥에 닿아있는 바늘에 미끼가 남아있는지 의심하면서도 대낚을 그냥 둡니다. 님을 그리워하는 제 속에도 수심 깊은 저수지가 파여 있어서 물가에 나앉아 있으면, 님께 가진 못하더라도 잔잔합니다. 수초 사이에 던져넣은 찌가 요동쳐 주면야 그 순간 저는 따뜻해져 가슴 두근대련만 산란을 끝낸 붕어는 물길 따라서 떠나고, 물가에는 님께 가고 싶으나 갈 수 없어 님을 그리워하는 저만 남습니다. 먼 데서 물위를 걸어온 수초..

카테고리 없음 2022.05.15

킥킥, 유채꽃

킥킥, 유채꽃 고영 열여덟 이른 나이에 사내를 알아버린 누이는 툭하면 집 을 나가기 일쑤였다. 바람난 딸년을 집구석에 들여앉히기 위해 아버지는 누이 의 머리끄덩이에 석유를 붓고 불을 싸질렀다. 머리에 꽃불을 이고, 미친년처럼 온 들판을 뛰어다니던 누이를 누렁개들이 좋아라 쫓아다녔다. 그 몰골에 차마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나는 그만 킥킥, 봄날이 가기 전에 누이는 결국 시집을 갔지만 배부른 신 부를 보고 나는 또 그만 킥킥, 누이가 떠난 후 들판에 핀 유채꽃에서 진한 석유냄새가 났다.

카테고리 없음 2022.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