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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봄날장미 2022. 5. 15. 16:40

 

수초
                                            하종오


님이 그리워도
님께 갈 수 없는 날은
물가에 나가 대낚을 던져놓고, 수면에 어려있는 하늘을 내려다봅니다.
산 타고 내려오는 물은 산그림자 끌고 와서 고이니,
보이지 않는 깊이에서
붕어는 수초에다 산란을 하고
수초는 따뜻하여 파르르 잎 떱니다.
물살에 밀려서 하늘은 떠올라가고,
저는 물 밑바닥에 닿아있는 바늘에
미끼가 남아있는지 의심하면서도
대낚을 그냥 둡니다.
님을 그리워하는 제 속에도
수심 깊은 저수지가 파여 있어서
물가에 나앉아 있으면,
님께 가진 못하더라도 잔잔합니다.
수초 사이에 던져넣은 찌가 요동쳐 주면야
그 순간 저는 따뜻해져 가슴 두근대련만
산란을 끝낸 붕어는 물길 따라서 떠나고,
물가에는 님께 가고 싶으나 갈 수 없어
님을 그리워하는 저만 남습니다.
먼 데서 물위를 걸어온 수초 한 포기가
님의 안부를 아는지
저를 향해 줄기 흐느적대며 멈춰섭니다.
바람 붑니다. 대낚을 거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