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天地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宇宙의 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폭설 오탁번>
A7ii이 내손에 익기도 전인 구입 이틀만에 지참하고 무작정 태백산을 찾기 위해 차가운 청량리역사에 들어섰다
기차에 올라타고 잠깐 잠이들었다 깨어나 창밖을 바라본다
어두운 밤공기속으로 서늘한 형광등 불빛이 스며드는 역사에는 눈발이 제법 내리고 있었다
휘날리는 눈송이를 눈으로 쫒으며 나는 한껏 태백산의 설경에 대한 기대에 가슴은 터질 지경이었다 후후후
태백역에 내리자 마자 예전처럼 역사에서 따뜻한 곳을 찾아 헤매지 않고 바로 역사를 나왔다
눈을 맞으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우나탕에 들어서선 이내 자리를 차지하고 잠에 빠지려 노력한다
번뜩 일어나보니 여섯시가 넘어서고 있다
누군가 담배를 피우기위해 문을 열어놨는지 차가운 바람이 내몸을 마구 움추려 들게한다
잔뜩 움추린 채 을씨년스런 계단을 내려서서 바로 뜨거운 탕으로 빠져 버린다 흐~~
따뜻하게 데워진 몸을 차가운 공기에 밀착시키며 눈길에 발자국을 남긴 채 버스터미널까지 걸어 기사식당 문을 들어섰다
따뜻한 탕을 한그릇 비우고 나니 옆자석에서 식사를 하던 손님이 커피를 건낸다
따뜻한 마음과 함께 받으며 서로 담소를 나누다 그분은 백두대간길로 나는 터미널로 가기 위해 식당문을 나섰다
7시 55분에 버스를 타고 유일사에 도착하니 그동안 3일에 걸쳐 내린 눈 덕분인지 보기 좋게 눈이 덮혀 있다 마치 솜이불 처럼...
모두들 도로길쪽으로 해서 가는데 나만 빠져나와 아무도 걷지 않은 숲길을 솜이불이 덮혀 있는 듯한 등로길에 자족을 남기며 거친숨을 뿜어내며 급비탈을 오른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길엔 바람의 방황 자국만이 어지러이 남아 있고 가끔 길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그자국들이 아름답고 아까워 힘껏 밟지 못하고 사뿐사뿐 오른다
산길은 바람의 행적을 그려 놓아서 온통 추상화 뿐이다
혼자 오르는 중에 거센 바람과 희미한 등로로 인해 가끔은 내가 제대로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끙
그렇게 가다가 갑자기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유일사쉼터 갈림길이다
첨으로 유일사에 들르니 생각보다 규모가 적은 것과 아름다운 것에 놀란다
다시 되올라와 주목군락지의 주목을 찾아 다니며 일일히 안부 인사를 전한다
주목 군락지는 관리를 안하던 때가 더 멋져 보였던 것 같다 지금은 울안에 갇힌 정물화 같단 생각이 든다
새벽에 내린 눈과 매우 낮은 영하의 날씨로 인해 생각보다는 눈이 꽤 쌓여 있고 눈꽃도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어 벅찬 감동은 아니지만 실망적이지는 않아 다행인 것 같다
천제단에서 부쇠봉까지 가는 길엔 때마침 날씨가 화창하게 세상을 비춰주면서 숲속을 아름답게 빛나게 해주어서 걸으면서 어찌나 행복하던지...
콧노래를 부르면서 문수봉과 소문수봉을 거쳐 당골까지 눈길을 원없이 걸었다 ^^
사용법도 잘 모르는 A7ii로 찍은 사진을 보니 생각보다는 잘 나온것 같다
또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이제 또다시 원거리 산행이 하고 싶어진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