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폭설은
이영균
그토록 그리움이 컸을까 저토록 심한 집착은
사랑의 흔적 희게 그리며
온통 하얗게 덮는 중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리고 또 그린
수없이 되 그린 애잔한 사랑의 기록
희게 숨기는 중일지도 모른다
지우면 지울수록 더욱 희게 번져만 가는
그리움의 하얀 진실
오늘만큼은 저렇게 모두 다
털어놓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분별없이 온통 피어내던 사랑
하얗게 비워내기란
왜 저토록 그 속 한없는 것인지
이 그리움의 하소연 끝나고 나면
누군가 또 생각 없이
사랑의 자국 남기고 갈
그리움의 카펫
눈발
정민기
내가 죽었다
내 뼛가루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누가
내 뼛가루를
뿌려주는지
구름 속에
숨어 있어서
안 보인다
눈길에 갇힌 그리움 / 장성우
눈 쌓인 고갯길
겨울 산 외로운데
강에는
물 흐르는 얼음
월동 목 긴 두루미 아프게 울고
산이 고독해
시름 깊어져서 서러운데
갈대숲
바람 소리
가슴에 비명 지르고
돌아갈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
눈길 발자국
그리움 찍어서
점점이 아픈 흔적
겨울 산 깊은 숲에서 나그네는 길을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