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오솔길 - 이태수 -
지리산 고즈넉한 자락에 들면
마음이 아득해진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희미해지는 낮달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멧새들의 낮고 따스한 지저귐
자꾸만 물러서는 길 더듬어 떠돌던
내 발자국들이 빚어놓은
저 희미한 포물선. 그 너머로
하염없이 가는 몇 점 조각구름
무심한 바람 소리
흔들리는 나뭇잎, 나뭇잎들
작아지고 작아지다 가까스로 만난
산속의 작은 길 하나
마음 비우고 길 다 버리고서야
가르마처럼 열리는 숲 속 길
햇살 뛰어내리며 되비추는
우리의 저 오솔길 한 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