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를 걷다가
- 김종원 -
사랑에 실패한 후
내 몸은 자꾸만 무거워져왔지만
나는
물위를 걷고 싶어
매일 강가에 나가
물위에 뜨는 연습을 하다가
자꾸만 실패를 거듭하다가
당연스레 떠있는 물사마귀를 바라보며
문득,
내가 사랑에 실패한 이유를 생각해본다
내가 물사마귀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이 길로 오지 말았어야했다
그리움이 다니는 길 위로 가야했다
사람들은 사랑이 끝난 뒤에도
가야할 길을 모른다
강 밑으로 내려 앉을 수 밖에 없었던
추락뿐인 돌의 숙명을
사랑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