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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리는 계양산에서...

봄날장미 2009. 12. 27. 19:54

 


                                       

                                       

 

어디 다른 길이 보일지라도

스스로의 표정을 고집함은

그리 오래지 않을 나의 삶을

보다 '나'답게 살고 싶음이고

마지막에 한번쯤 돌아보고 싶음이다.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그 누구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나에게 '나'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만큼

그도 나를 아쉬워할 것이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보지 않으며 살아야 하고

분노하여야 할 곳에서는

눈물로 흥분하여야겠지만

나조차 용서할 수 없는 알량한

양면성이 더욱 비참해진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나' 조차

허상일 수 있고

눈물로 녹아 없어질 수 있는

진실일 수 있다.

                                         -  서정윤시인의 눈오는날엔에서 발췌 -

 

 

'겨울사랑'

                 -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12월의 숲'

                             - 황지우

눈맞는 겨울나무 숲에 가보았다

더 들어오지 말라는 듯

벗은 몸들이 즐비해 있었다

한 목숨들로 連帶해 있었다

눈 맞는 겨울나무 숲은


木炭畵 가루 희뿌연 겨울나무 숲은

聖者의 길을 잠시 보여주며

이 길은 없는 길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대책 없는 것이라고

다만 서로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듯


형식적 경계가 안 보이게 눈내리고

겨울나무 숲은 내가 돌아갈 길을

온통 감추어 버리고

인근 산의 積雪量을 엿보는 겨울나무 숲

나는 내내, 어떤 전달이 오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