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다른 길이 보일지라도
스스로의 표정을 고집함은
그리 오래지 않을 나의 삶을
보다 '나'답게 살고 싶음이고
마지막에 한번쯤 돌아보고 싶음이다.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그 누구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나에게 '나'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만큼
그도 나를 아쉬워할 것이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보지 않으며 살아야 하고
분노하여야 할 곳에서는
눈물로 흥분하여야겠지만
나조차 용서할 수 없는 알량한
양면성이 더욱 비참해진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나' 조차
허상일 수 있고
눈물로 녹아 없어질 수 있는
진실일 수 있다.
- 서정윤시인의 눈오는날엔에서 발췌 -
'겨울사랑'
-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12월의 숲'
- 황지우
눈맞는 겨울나무 숲에 가보았다
더 들어오지 말라는 듯
벗은 몸들이 즐비해 있었다
한 목숨들로 連帶해 있었다
눈 맞는 겨울나무 숲은
木炭畵 가루 희뿌연 겨울나무 숲은
聖者의 길을 잠시 보여주며
이 길은 없는 길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대책 없는 것이라고
다만 서로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듯
형식적 경계가 안 보이게 눈내리고
겨울나무 숲은 내가 돌아갈 길을
온통 감추어 버리고
인근 산의 積雪量을 엿보는 겨울나무 숲
나는 내내, 어떤 전달이 오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