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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길 / 윤성택
노을이 약봉지처럼 터지고 있었다 몸살을 앓아내는 것인지 갈대들은 야윈 채로 서성거렸다 사는 게 늘 초행길이어서 능선이 선명할수록 그 아래는 덧칠할 수 없는 생의 여백이었다 저녁 해가 안간힘으로 길을 끌어다 잇대어도 부재중인 것들, 하늘 어딘가 별빛처럼 문자메시지가 떴을까 가야할 길을 아는 저녁놀을 볼 때마다 단 한 번 선택으로 엇갈렸던 길들이 궁금해졌다 기어이 이 길을 걸어 너에게 가자고 한 번 믿어보자고 걷는 한때, 산이 지나온 아픈 길을 당기며 천천히 돌아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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