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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에게 길을 묻다

봄날장미 2011. 10. 21. 20:43

 

  단풍                        / 남유정
   
  글썽이며 파랗게 흐르는 하늘에 몇 장의 구름이 앞을 가리네
  진양조로 와서는 휘모리로 흔드는 바람 앞에
  흔들리는 한 가여운 생(生)
  가지 않을래
  가지 않을래
  머뭇거리는 몸짓으로 매달린
  아, 사랑!
  빨간 물들어 바르르 떨고 있는 애기단풍잎

 

 

  별빛에게 길을 묻다           / 남유정
 

  1. 나에게
 
  가끔은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새어드는 바람에 문풍지처럼 떠는
  추운 가슴에
  뜨거운 피를 흘려 넣고 싶다 
   
  2. 삶은
 
  삶은 지도 없이 찾아가는 길
 
  잘못 든 길이 더 아름다웠던
  주흘산의 단풍 
  
  3. 길을 묻다
 
  어디로 가느냐고?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누구나 안다 
   
  4.흙이 되면
 
  흙이 되면
  흙의 가슴에서 꽃 하나 피울래
  바람 되어 찾는 너의 숨결에 흔들릴
  꽃으로 피어
  또 한 세상 덧없이 기다림으로 가라할래 
   
  5.별 하나에
 
  별 하나에
  마음을 건다
  먼 곳의 별 하나가 웃는다
  별 하나에
  사랑을 건다
  그 먼 곳에서 별빛이 건너온다 
  
  6.윤회
 
  이토록 허름한 길에 서서 바라보는
  나의 생도 이미 또 다른 생을 잉태하고 있어
  까마득히 잊힐 후생, 어느 삶의
  슬픈 전생을 나는 지금 살고 있는가
  너는 또 어느 전생에서 걸어나와
  봄이 오는 길목의 눈부신 매화 향기처럼
  나를 눈뜨게 하는가

 

 

  석남사 단풍          - 최갑수-


  단풍만 보다 왔습니다
 
  당신은 없고요, 나는
  석남사 뒤뜰
  바람에 쓸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
  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야
  어찌할 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
  저물 무렵까지 나는
  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처럼
  아무 말도 못 한 채 얼굴만 붉히다
  단풍만 사랑하다
  돌아왔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