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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빛

봄날장미 2011. 1. 1. 21:29

 

 

 

   저녁해 / 박용재


  한때는 바람 한 컵의
  따뜻함으로
  내 그대를 불렀으나
  지금 그대는 갈대숲을 헤치며 부는
  우울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아득히 길들이 휴지처럼 구겨지고
  그대는 들판을 배경으로 떠나는
  저녁해에 지나지 않는다.
  눈물 없는 소멸은 아름답지 않으니
  저 먼 바람부는 나라로
  나 역시 눈물 흘리며
  눈물로 지는 그대를 껴안으리라.
  그래도 아직은 식지 않은
  추억 한장의 따뜻함으로.

 

 

 

  나도 모른 너의 슬픔 / 신현림


  그리운 모습은 날려 버리고
  미련의 뿌리도 죄다 흔들어 버리고
  하늘엔 울지 않으려고 흰 왜가리가 날았다
 
  겨울 한파는 모두 너의 방으로 불어 닥쳤지만
  너는 얼어 죽지 않았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동안
  너는 늙지 않았고
  마약은 하지 않아도
  단지 말만 해도 마취되어 온 슬픔을 잊었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보며
  한물간 청춘이 어떻게 다시 돌아오는가 즐기고 즐겼다
 
  전등도 음악도 끄고 모든 기대도 껐지만
  목숨은 끊지 않았다
  너는 죽어서 왜가리 친구가 되기보다
  독하게 살아서, 너 없으면 못 살
  중증 애정 결핍증 환자의 연인이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