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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해 / 박용재
한때는 바람 한 컵의 따뜻함으로 내 그대를 불렀으나 지금 그대는 갈대숲을 헤치며 부는 우울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아득히 길들이 휴지처럼 구겨지고 그대는 들판을 배경으로 떠나는 저녁해에 지나지 않는다. 눈물 없는 소멸은 아름답지 않으니 저 먼 바람부는 나라로 나 역시 눈물 흘리며 눈물로 지는 그대를 껴안으리라. 그래도 아직은 식지 않은 추억 한장의 따뜻함으로.
나도 모른 너의 슬픔 / 신현림
그리운 모습은 날려 버리고 미련의 뿌리도 죄다 흔들어 버리고 하늘엔 울지 않으려고 흰 왜가리가 날았다 겨울 한파는 모두 너의 방으로 불어 닥쳤지만 너는 얼어 죽지 않았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동안 너는 늙지 않았고 마약은 하지 않아도 단지 말만 해도 마취되어 온 슬픔을 잊었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보며 한물간 청춘이 어떻게 다시 돌아오는가 즐기고 즐겼다 전등도 음악도 끄고 모든 기대도 껐지만 목숨은 끊지 않았다 너는 죽어서 왜가리 친구가 되기보다 독하게 살아서, 너 없으면 못 살 중증 애정 결핍증 환자의 연인이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