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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나무
저 아카시아 나무는 쓰러진 채로 십 년을 견뎠다
몇 번은 쓰러지면서 잡목 숲에 돌아온 나는 이제 쓰러진 나무의 향기와 살아있는 나무의 향기를 함께 맡는다
쓰러진 아카시아를 제 몸으로 받아낸 떡갈나무, 사람이 사람을 그처럼 오래 껴안을 수 있으랴
잡목 숲이 아름다운 건 두 나무가 기대어 선 각도 때문이다 아카시아에게로 굽어져 간 곡선 때문이다
아카시아의 죽음과 떡갈나무의 삶이 함께 피워낸 저 연초록빛 소름, 십 년 전처럼 내 팔에도 소름이 돋는다 (나희덕·시인,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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