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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

봄날장미 2018. 6. 13. 14:11

 

 

 

 

 

자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여자는 말똥을 담는 소쿠리처럼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울을 보지 않고 지낸 얼마 사이 초승달눈썹 도둑이
다녀간 게 틀림없었다

 
거울 속 상심으로 더욱 희고 수척해진 비련의 여인에게 구애의
담쟁이덩굴이 뻗어가 있었던 것이다

 
여자는 콤팩트를 열고 그중 가장 눈부신 나비 색조를 꺼내
자신의 콧등에 얹어놓았다

 
여자의 화장 손놀림이 빨라졌다
이제 여자의 코를 높이는 끝없는 나비의 노역이
다시 시작되었다

 

실연   송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