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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기약하며...

봄날장미 2018. 5. 12. 14:59


                               겨울 노래                   오세영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그 어둡고 추운, 푸른               이성복



겨울날 키 작은 나무 아래

종종걸음 치던

그 어둡고 추운 푸른빛.

 

지나가던 눈길에

끌려나와 아주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살게 된 빛

 

어떤 빛은 하도 키가 작아,

쪼글씨고 앉아

고개 치켜들어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