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노래 오세영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그 어둡고 추운, 푸른 이성복
겨울날 키 작은 나무 아래
종종걸음 치던
그 어둡고 추운 푸른빛.
지나가던 눈길에
끌려나와 아주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살게 된 빛
어떤 빛은 하도 키가 작아,
쪼글씨고 앉아
고개 치켜들어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