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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봄날장미 2017. 6. 6. 17:31

 장미를 사랑한 이유     /나호열
 
 
 꽃이었다고 여겨왔던 것이 잘못이었다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 고통이었다
 슬픔이 깊으면 눈물이 된다
 가시가 된다
 눈물을 태워본 적이 있는가
 한철 불꽃으로 타오르는 장미
 불꽃 심연
 겹겹이 쌓인 꽃잎을 떼어내듯이
 세월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처연히 옷을 벗는 그 앞에서 눈을 감는다
 마음도, 몸도 다 타버리고 난 후
 하늘을 향해 공손히 모은 두 손
 나는 장미를 사랑한다





 장미 한다발      /이수명


꽃집 주인이 포장을 했을 때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집에 돌아와 화병에 꽂았더니 폭소는 더 커졌다.
나는 계속해서 물을 주었다. 장미의 이름을 부르며.
장미는 몸을 뒤틀며 웃어댔다. 장미 가시가 번쩍거리며 내게 날아와 박혔다.
나는 가시들을 훔쳤다. 나는 가시들로 빛났다.
화병에 꽂힌 수십, 수백 장의 꽃잎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나는 기다렸다. 나는 흉내냈다. 나는 웃었다.
그리고 웃다가, 장미가 끼고 있는 침묵의 틀니를 보았다.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