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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의 사랑

봄날장미 2016. 3. 26. 10:49





              물 위의 사랑

                                                    - 방정민 -


고요하게 몰아치는 비바람에 실려
나는 운명처럼 당신에게로 왔어요
바람결에 흩날리며 시간을 타고
나는 나를 살려보겠다며, 당신을 떠나
발버둥쳤던 무수한 시간 속 기억,
그 기억은 아린 상처의 공간으로 나를 감싸고
거역할 수 없는 당신의 품으로 나를 이끌었어요

이젠, 기약 없는 기다림이 나를 숨 못 쉬게 하고
지친 나의 형체가 점점 없어져간다 해도
당신의 사랑 탓하지 않겠어요
잔잔한 숨결 하나 없는 당신이
무심코 던진 사랑은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은 사랑을 담아 거친 또 하나의 숨소리를 탄생시키는데,
버린다고 버려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신에 대한 내 마음,
무심한 당신의 사랑 하나 얻지 못해도
당신에 누워 당신을 그리워하렵니다

당신위에 떠 다녀야 하는
살아있지 않는 이 생명은
사랑을 더듬다 외로운 사랑에 미쳐
상처 많은 사랑 속에 숨어버려요
그래도, 당신이 마음 한 켠이라도 비워둔다면
언젠간 나의 사랑에 무게를 실어
당신에게로 푹 빠지겠어요, 당신이 외면할지라도
그것이 나의 운명이라는 것을 이젠 알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