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의 사랑
- 방정민 -
고요하게 몰아치는 비바람에 실려
나는 운명처럼 당신에게로 왔어요
바람결에 흩날리며 시간을
타고
나는 나를 살려보겠다며, 당신을 떠나
발버둥쳤던 무수한 시간 속 기억,
그 기억은 아린 상처의 공간으로 나를
감싸고
거역할 수 없는 당신의 품으로 나를 이끌었어요
이젠, 기약 없는 기다림이 나를 숨 못 쉬게 하고
지친 나의 형체가
점점 없어져간다 해도
당신의 사랑 탓하지 않겠어요
잔잔한 숨결 하나 없는 당신이
무심코 던진 사랑은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은
사랑을 담아 거친 또 하나의 숨소리를 탄생시키는데,
버린다고 버려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신에 대한 내 마음,
무심한 당신의
사랑 하나 얻지 못해도
당신에 누워 당신을 그리워하렵니다
당신위에 떠 다녀야 하는
살아있지 않는 이 생명은
사랑을
더듬다 외로운 사랑에 미쳐
상처 많은 사랑 속에 숨어버려요
그래도, 당신이 마음 한 켠이라도 비워둔다면
언젠간 나의 사랑에
무게를 실어
당신에게로 푹 빠지겠어요, 당신이 외면할지라도
그것이 나의 운명이라는 것을 이젠 알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