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의 주등산로는 하나같이 너무도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어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등산로를 피해 나만의 호젖한 길로 돌아 다닌다 그래도 아직은 예전의 그런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등로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
사실 이렇게 황폐해진 것은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몇년전인가 갑자기 내린 폭우로 인해 푹신한 낙엽과 흙이 싹 휩쓸려 내려갔기 때문인데 그런데다 갑자기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다 보니까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정말이지 예전 계양산은 돌아다니기 좋은 산이었는데.................................................
내일은 비가 꽤 온다는 것 같아서 오늘 노을이 멋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갔는데 구름이 별루 없어서 기대이하였다
노을 -기형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오후 6시의 참혹한 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상징들을 몰아내고 있다.
도시는 곧 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속도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책이 되리라.
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오후 6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
문득 거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일상의 공포
보여다오. 기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살아 있는 그대여
오후 6시
우리들 이마에도 아, 붉은 노을이 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는 이제 각자 어디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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