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일기 / 최 영미
어떤 책도 읽히지 않았다
어떤 별도 쏟아지지 않았다
고독은 이 시처럼 줄을 맞춰 오지 않는다
내가 떠나지 못하는 이 도시
끝에서 끝으로 노래가 끊이지 않고
십년보다 긴 하루가 뒤돌아 제 그림자를 지워나갈 때
지상에서 마지막 저녁을 마시려 버스를 탄다
밤은 멎었지만 밤보다 더 어두운 저녁에
차창가에 닻을 내린 한숨이 묻어둔,
그 의미를 해독하지 못해
서로 빠져나오려 싸우는 기억들이 서로를 삼키는 시간
왜? 지나간 것들은... 지나간 것들은... 용서하지 못하는가
잃어버린 삶의 지도를 찾아 그리는
눈동자 속에 흔들리며 떠 있는 나무 한 그루, 병든 잎들이 바람에 몸을 떨며 아우성친다
얼마나 더 흔들려야 무너질 수 있나
우리가 변화시킨 세상이, 세상이 변화시킨 우리를 비웃고
총천연색으로 시위하는 네온사인 불빛들이 멀리 하늘의 별을 비웃고
딸꾹질하듯 저녁에 어이없이 넘어가는데
지난 날의 들뜬 노래와 비명을 매장한 뒷골목을 순례하며 두리번거린다
조각난 상념들을 꿰맞추며 두리번거린다
아, 차라리, 온전히 미치기라도 했으면...
읽고 싶지 않은 이 세상을 웃어, 넘기라도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