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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1일날 본...

봄날장미 2010. 4. 11. 12:39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리면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많은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전문 

 

 

 

 

  

 

 

 

황홀한 거짓말 

                                    유안진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 묻은 이 한 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다 담을 수밖에 없다니요

 

한겨울밤 부엉이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 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걸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목련 / 안희선


향기의 모서리마다 흔들리는 바람

돌아서지 못하는 연인(戀人)은
흐린 오후에 빗방울처럼
촉촉한 입맞춤

얼핏, 스치는 꿈 같은 것이
생시(生時)와는 달라
눈 가득히
하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