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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제비꽃

봄날장미 2010. 3. 25. 19:43

 

 배 꼽
                            - 노향림


     꽃에도 배꼽이 있는가
     흔적 없이 죽음을 수납하는 꽃들에게는
     배꼽이 자란다
     열매 꼭대기에 오똑하니 올라앉아서
     방금 떨어진 제 배꼽이
     향기로운 전생이었다는 것을
     태를 태워 묻은 아득히 먼
     고향이었다는 것을
     터질 듯한 온 몸으로 보여 준다
     상처 아문 자리에 봄이 돋고
     은빛 금빛 장신구에
     보랏빛 티셔츠를 입은
     제비꽃들이 일제히 만개한 배꼽들을 열고
     깔깔거리는 동안
     지상엔 웃음소리들이 수북이 쌓인다
     봄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