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울릉도의 해안가 산책로 새벽풍경(폰카)

봄날장미 2014. 11. 11. 14:36

비가 내리는 새벽

모텔 주인의 우산을 빌려쓰고 산책을 나왔다

동트기 전이라 잘 보이지는 않고 파도가 발밑에서 으르렁 거리는데 구멍이 송송 뚫린 철판 다리를 건널땐 무섬증이 등줄기를 쏴 흩고 지나간다

절벽 틈사이를 파도가 몰아친다 부서지는 하얀포말 그리고 동굴같은 어둠은 감탄과 함께 두려움을 준다

저멀리 불빛이 움직인다

부지런한 뱃사람의 조용한 움직임이 하나의 불빛으로 어른거린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형상들

보푸라기 같은 구름이 여기저기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잔잔한 바람속에서 여명을 기다리며 한없이 파도의 움직임에 빠져든다

봐도 봐도 아름다운 파도의 부서짐

바위를 훝고 내리는 파도의 서글픈 허무

다시 정신을 차리고 걷기 시작한다

빗줄기는 이제 한두방울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훨씬 더 커진 동공속으로 점차 또렷한 영상들이 들어온다

아름답다

하지만

시간이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되돌린다

보다 밝아진 세상에 비치는 또다른 모습이 나를 멈추게 하지만 발걸음은 조바심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