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기
붓꽃
봄날장미
2009. 9. 30. 08:36
해가 지는 둑길을 걸어가는데 나는 아무 생각 없고
발아래 풀잎 사이로 작은 벌레들의 울음이 새어 나온다
나는 다소 쓸쓸한가 보았다
이 쓸쓸함을 가지고 다들 살아가고 있는
저 하나씩 켜지며 물 위에 떠서 흐르기라도 하는 불빛들
그래 그렇지 목숨은 머무르는 법이 없구나.
우울 에 잠겨 힘들어 할 때나
기쁨에 들떴을 때라도
나는 줄기차게 어디로 가고 있는 존재
이 생활을 알 수가 없어
걸어온 아득한 길과 가야할 아득한 길 사이에
이렇게 들꽃이 피고
가슴 청청한 해송도 보인다.
걸어온 길이 많이 굽어 있던 것처럼
가야할 길도 또한 많이 굽어 있을 거라는
그렇기는 하겠지만
이제는 좀 평탄하고 부드러운
새들의 노래 소리도 간혹 들려주었으면
질박한 땅에서라도 물소리 그윽한
우리 모두 가야할 진정한 곳이
어딘지도 잘 모를 것인데
이제는 좀 평온하였으면 싶었네.
적막이라도 온당한 적막이었으면 좋겠네.
다소 쓸쓸한 시간에 / 박운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