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능소화 봄날장미 2013. 7. 21. 10:16 능소화 편지/허영숙꿈결인가, 그대를 만난 것이단 한 번 본 것뿐인데허락도 없이 들어앉은 그대를 쫓아일생을 소진하며 여기까지 왔다잠깐 스치고 오래 헤어져 있었으니그리운 문장들만 넝쿨을 이루고 자라담벼락이 환하다그대 발소리는 멀고그 소리 담으려 나를 더 크게 열어 한 잎 귀 넓은 꽃으로 핀다한여름 땡볕을 딛고 담장을 타고 오르는이 지독한 흡착은그대가 일생에 또 한 번 이 길을 지나 갈 때꽃 무더기에 숨은 나를모르고 스쳐갈까하는 염려 때문이다먹구름을 밀며 하늘이 뒤로 숨고그대와 나의 먼 행간에도 빗방울이 든다간당간당한 꽃대를 아프게 움켜쥔다이토록 간곡하고도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뼛속까지 훑고가는 소나기가 내리기전에내가 먼저 나를 놓아버릴 것이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