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회색빛 인연

봄날장미 2010. 2. 23. 23:20

 

 

 

회색빛 인연     /詩: 김춘경


외로움일까
뿌연 하늘에 닿은 눈 끝이
방금 전 마신 레몬차 뒷맛처럼 시다
회색빛 구름 사이사이로
가엾은 생각들이 눈발처럼 날리고
그해 겨울 허물어진 잔상들이
사정없이 내게로 달려오면
오그라든 혀끝은 점점 더 벽 속에 갇힌다

짧은 인연의 뒤태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데
진한 신맛은 눈 끝 가득 차올라
흐린 시야는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간다
조심스레 떨어진 오한의 파편이
이내 마음에 불을 켜면
회색빛 하늘에 퍼지는 하얀 서러움
그리움일까
초라한 상념이 가슴을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