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장미 2012. 7. 16. 11:05

 

  와사등(瓦斯燈) -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墓石 같이 항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양 헝클어진 채
  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皮膚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상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悲哀를 지니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