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장미 2012. 4. 6. 20:34


 

  너에게 가는 길 / 윤성택

 

  노을이 약봉지처럼 터지고 있었다
  몸살을 앓아내는 것인지
  갈대들은 야윈 채로 서성거렸다
  사는 게 늘 초행길이어서
  능선이 선명할수록 그 아래는
  덧칠할 수 없는 생의 여백이었다
  저녁 해가 안간힘으로 길을 끌어다
  잇대어도 부재중인 것들,
  하늘 어딘가 별빛처럼 문자메시지가 떴을까
  가야할 길을 아는 저녁놀을 볼 때마다
  단 한 번 선택으로 엇갈렸던
  길들이 궁금해졌다 기어이
  이 길을 걸어 너에게 가자고
  한 번 믿어보자고 걷는 한때,
  산이 지나온 아픈 길을 당기며
  천천히 돌아눕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