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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

봄날장미 2012. 3. 13. 23:31

 

 

 

  그 목소리                    - 김상길-
 
  그 목소리를 들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 목소리에 날마다
  새순으로 돋아나고 싶습니다.
 
  겨우 잠 재운 슬픔이 깨어나
  손 때묻은 품목들이 흐려질 때
  그 목소리를 들으며
  창을 열고 싶습니다.
 
  붙잡은 사람들이 총총히 떠나고
  허락하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올 때
  그 목소리를 들으며
  들길을 걷고 싶습니다.
 
  계절을 쓰러뜨리는 저 바람에 쫓기고 쫓겨
  어두운 골목에서 주저앉을 때
  그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일어나고 싶습니다.
  봄 들녘처럼.
 
  날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이 정겨운 계단을 오르고 싶습니다.
 
  그 목소리 없이
  이 시린 마음을 뎁힐 수 없읍니다.
  그 목소리 없이
  이 어두운 밤을 걸어갈 수 없읍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늘 깨어있다가
  끝내 내 호흡이 가장 평화로와질 때
  영원의 눈을 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