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구름 봄날장미 2011. 9. 20. 19:59 먼 그대 / 양현근 어둠이란 둥글게 휘어지는 그리움의 속마음이라는 걸 벌써 창 밖에는 만삭의 어둠이다 두껍게 내려앉은 어둠을 목덜미까지 당겨 덮으며 그 숲에 닿기 전에 딱 한 번만 보고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면 오래 아껴둔 마알간 바람이 가볍게 착지할 거라 믿었다 일몰의 그림자 주위로 탱탱하게 불은 바람이 분다 그럴 때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나뭇잎의 고요며 수취인 불명의 풍경들 분분하게 마음을 허물어 대고 살아갈 날들도 언젠가는 저렇게 바닥이 날 것을 그런데도 왜 우리는 한바탕 왈칵 쏟아지지 못하는 것일까 종착역을 알 수 없는 사연들 바람처럼 떠다니고 있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