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장미 2011. 3. 29. 14:57

 

 

 

        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