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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위의 흰 눈

봄날장미 2024. 11. 29. 17:06

 

 

 

의자 위의 흰 눈
                                                                          /유홍준

간밤에
마당에 내놓은 의자 위에

흰눈이 소복이 내렸다


가장 멀고 먼 우주로부터 피곤한 눈 
감았다. 쉬었다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친 눈 같았다


창문에 매달려 한나절,
성에 지우고 나는 의자 위의 흰눈이

쉬었다 가는 것 바라보았다


아직도 더 가야할 곳이 있다고,

아직도 더 가야 한다고


햇살이 퍼지자
멀고 먼 곳에서 온 흰눈이

의자 위에 잠시 앉았다 쉬어 가는 것
붙잡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