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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색
봄날장미
2019. 4. 10. 21:42
죽은 새를 위한 메모 / 송종규
당신이 내게 오는 방법과 내가 당신에게 가는 방법은
한 번도 일치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어떤 전언 때문이 아니라, 하나의 문장이 꽃봉오리처럼 터지거나
익은 사과처럼 툭 떨어질 때
비로소 당신이 당도한 걸 알아차린다
당신에게 가기 위해 나는 구름과 바람의 높이에 닿고자 했지만
당신은 언제나 내 노래보다 높은 곳에 있고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낯선 목록에 편입되어 있다
애초에 노래의 형식으로 당신에게 가고자 했던 건 내 생에 최대의 실수였다
이를테면, 일종의 꿈이나 허구의 형식으로 당신은 존재한다
모든 결말은 결국 어디에든 도달 한다 자, 이제 내가 가까스로 당신이라는 결말에 닿았다면
노래가 빠져나간 내 부리에 남은 것은 결국 침묵,
나는 이미 너무 많은 말을 발설했고 당신은 아마
먼 별에서 맨발로 뛰어내린 빛줄기였을 것이다
오랜 단골처럼 수시로 내 몸에는
햇빛과 바람과 오래된 노래가 넘나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