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장미 2018. 9. 12. 14:56




             새벽 세시쯤

 

 천직할시 부평구 부평1동 대림아파트
 1104호 우리 집 앞집에 사는
 1103호 여인은 늘 부끄러워한다
 내가 부평 바닥 외진 골목 술집에서
 술 마시고 휘청휘청 집으로 돌아오는
 새벽 세시쯤
 여인도 비척비척 집으로 돌아온다

 내가 이 부평 바닥 외진 골목에서
 휘청거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듯
 여인도 비척거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 거라고

 그저 그렇게,
 여인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곁눈질로 훔쳐보며
 새벽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알고 보니
 고등학교 3학년 아들 하나와
 살아가고 있는 여인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술장사를 하고 있단다

 술을 마시고
 휘청거리는 나에게
 술장사를 한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여인

 가끔,
 나는 새벽 세시쯤
 여인의 1103호 현관문 여닫는 소리에
 내 귀를 기울이곤 한다
              (정세훈·시인,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