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의 파노라마
* ZS110으로 찍어서 해상도는 크게 좋진 않지만 볼만하다 (클릭 = 큰그림) *
구름
내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한 조각 구름이나 되어
어느 황량한 산 위에
호젓이 떠 있으리라
설령 내 생명이
바람에 정처 없이 떠돌지라도
한 오리 애착도 남기지 않고
산산이 부서져 비 되어 떨어져도
애처로울 것 하나 없는
가벼운 영혼이고저
밤이면 별들의 속삭임도 들어보고
떨고 있는 초생달도 품어 보리라
(최종진·시인)
구름
하늘에 구름은
흘러서 간다
쏜살같이 달리지 않고
유유히 흘러간다
급할 것 하나 없는 듯
느릿느릿 간다.
이런 구름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하다
산마루에 걸터앉은
흰 구름같이
나도 그냥
한 점 구름이 되고 싶다.
(정연복·시인, 1957-)
구름의 노래
.
전략.
.
.
2
나의 삶은
당신을 향해 흐르는
한 장의 길고 긴
연서였습니다
새털구름
조개구름
양떼구름
꽃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여러 형태의 무늬가 가득하여
삶이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오늘도 나는
열심히 당신을 찾고 있군요
내 안에는 당신만 가득하군요
보이는 그림은 바뀌어도
숨은 배경인 내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고
나는 구름으로 흐르며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구름
하늘 저편
한 점 구름이 가네
꿈결인 듯
구름이 흘러가네
어느새 많이 빛 바랜
나의 생(生)
내 목숨의 날들도
그렇게 가고 있겠지.
유유히 흐르는
저 말없는 구름
뭔가 움켜쥐려 안달했던
나의 고단한 손
이제 사르르
펼쳐야 하리
가슴속 애끓는
애증(愛憎)의 그림자도
이제 가만히
내려놓아야 하리.
하늘 저편
한 점 구름이 흐르네.
(정연복·시인, 1957-)
흰구름
오오 보라,
잊혀진 아름다운 노래의
희미한 멜로디처럼
흰 구름은 다시금
푸른 하늘 저쪽으로 멀리 떠간다.
기나긴 방랑의 여정에서
나그네의 슬픔과 기쁨을
모두 겪지 못한 자들은
저 구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태양과 바다와 바람같이
하얀 것, 정처 없는 것을 좋아한다.
고향이 없는 자들에게는그들이
누이이며 천사이기 때문에.
....구름은 흐르고 방랑한다.
당신은 전혀 모르고 있지만
당신의 꿈 속에서
구름은 어두운 밤을 흘러간다...
ㅡ헤르만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