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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설경
봄날장미
2017. 11. 18. 17:51
설경 /주경림
소리없이 무너져 내리는 하늘
소복 입은 여인의 모습으로 눈부신 산봉우리
치마자락 펄럭일 때마다 비늘로 흩어지는
뿌리 내리지 못한 영혼의 춤
꽃순보다 뜨거운 열정 못 이겨
뚝뚝 마디를 끓어내고 하얀 무덤 되는 겨울나무
갈비뼈 드러냈던 마른 들판
조용한 겨울잠에 묻혀버리네
날아갈 때를 놓친 철새 한 마리
깃털 뽑히는 아픔으로 목청을 돋구어
막막한 그리움으로 하얀 무덤을 조금씩 흔들어보네
발목 끊어내고 멀리 갈 줄 알았던 연 꼬리
곤두박질 쳐서 비석으로 꽂혀있다
눈물 글썽이던 하늘 저 편에는
칼날처럼 차갑게 웃는 햇살 받아
지상은 살아있는 것들의 무덤으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