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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

봄날장미 2017. 9. 27. 10:18

                     꽃무릇 길         -박종영-


넉넉한 여름의 끝자락
선선한 바람 불어오면
가을볕 받아 붉은빛 토해내는
선홍빛 꽃무릇이 쉽게 떠난 이별을
들고 와 조아린다.
잎을 보지 못하고 실타래 꽃으로 먼저 피어
굽이굽이 산자락 타고
환한 불꽃으로 타올라
외로운 시간의 꽃길을 열고,
길게 늘어진 꽃술,
한올 한올 곱게 치겨올린
어느 여인네의 긴 속눈썹같이
겸손하게 마음을 속 보이는 붉은 수줍음,
절집 단청의 꽃 그림인 양
현란한 빛으로 어두운 세상을 다스리고,
그리움이 아픔으로 기억되는
꽃무릇 저 혼자의 길 위에
서러운 울음이 길게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