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빛내림
봄날장미
2017. 3. 28. 20:25
아버지가 나더러
"너, 섬에 가서 뭣하니"하고
따지는 아버지가 계셨다면
나는 그 버릇을 벌써 버리고 말았을 것인데
실속 없이 멍하니 하늘만 보다가
지금은 수평선으로 내려왔지만
하루 종일 풀밭에 누워 하늘만 보다가
하늘이야 어디나 있는 것하고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아니다 예까지 온 구름은 다르다
떠가는 저 구름
내가 투자하고 싶은 부동산(浮動産)은 바로 저거였다
이제부터 중개사를 만나야지
평생 벌어서 구름을 샀는데
지금 팔면 얼마나 나가겠느냐고 물어봐야지
이 허망한 짓을 어머니가 미리 아셨다면
얼마나 실망하셨을까
논 팔아 구름 샀다고
내겐 그러실 어머니가 안 계시다
어머니가 계셨다면 절대로 구름을 사지 말라고
예까지 따라와 말렸을 거다
나는 구름에 처박은 돈이 수천만원에 달한다
그래도 허망하지 않다
시에서는 늘 허망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집 팔아 구름 사길 잘했다
거문도, 저 구름아/이생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