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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하늘

봄날장미 2017. 3. 27. 18:23


                     그들처럼                  /문정아


1.
잎이 꽃보다 아름다운 까닭은
살아 죽어가는 모든 것들의  
숨죽인 배경이 되어 주기 때문일까

나무가 휘일수록
뒤틀릴수록 경이로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일이 사는 것인 까닭일까

산이 강이
잔잔한 감동으로 가슴속을 파고드는 이유는
그들이 뱉은 말보다 울음으로 삼킨 것이 더 많기 때문일까

2.
독 같은 약, 약 같은 독
산다는 건 즐겁고도 치명적인 중독, 슬픔도 희열도
시간 속 흐름을 흘러 거슬러
그들처럼 속내가 곰삭은 삭정이가 되어가기를
내 안의 소란함을 다스리는 좁은 길을 따라 따라서 그들처럼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저 수평선 무지개가 아름다운 까닭은
저곳에서 먼저 간 그리운 영혼들과 방금 먼 길 떠나간
이들이 반가로이 다시 만나 나누는
뜨겁게 멍든 눈물포옹이 있기 때문일게야